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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해변으로 꼽히는 보라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화이트비치로 유명하지만, 정작 섬까지 들어가는 이동 과정이 발목을 잡는 여행지입니다. 제 친구도 처음엔 "비행기 타면 끝나는 거 아닌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가, 총 10시간이 넘는 대장정을 몸소 겪고 나서야 사전 준비의 무게를 실감했다고 합니다.

보라카이 이동 난이도, 왜 '악마의 루트'라고 불릴까
보라카이가 '악마의 이동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는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인천공항에서 칼리보 국제공항(Kalibo International Airport)까지 비행을 마치면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칼리보 공항이란 보라카이 인근 아클란 주에 위치한 공항으로, 보라카이 섬과는 육로로 약 2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 비행기에서 내려도 여정의 절반도 끝나지 않은 셈입니다.
제 친구는 칼리보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전용 밴을 타고 험한 현지 도로를 달렸는데, 에어컨이 그나마 버텨줬을 뿐 2시간 내내 포장 상태가 고르지 않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은 체력을 꽤 갉아먹었습니다. 그 뒤 카티클란 항구(Caticlan Jetty Port)에서 방카 보트를 타야 하는데, 방카 보트란 필리핀 전통 목재 쌍동선으로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크게 출렁입니다. 배멀미가 있는 분이라면 멀미약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섬에 발을 디뎠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보라카이 섬 내부는 개인 차량 출입이 제한된 대신 툭툭이(Tricycle)라고 불리는 오토바이 사이드카가 주요 교통수단입니다. 매연을 뚫으며 30분 가까이 이동해야 화이트비치 인근 숙소에 닿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섬이니까 작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갔다가, 호텔 체크인을 마쳤을 때는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다라는 후문입니다.
- 인천 → 칼리보 국제공항 (항공, 약 4시간)
- 칼리보 공항 → 카티클란 항구 (전용 밴, 약 2시간)
- 카티클란 항구 → 보라카이 섬 (방카 보트, 약 15분)
- 선착장 → 숙소 (툭툭이, 약 20~30분)
픽업 예약, 귀찮아서 미뤘다가 첫날을 통째로 날릴 수 있어..
보라카이 이동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단연 사전 픽업 예약입니다. 픽업 서비스란 공항 도착 시점부터 숙소까지 차량·보트·툭툭이를 패키지로 묶어주는 현지 이동 서비스를 말합니다. "현지에서 알아서 잡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생각보다 위험천만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필리핀 관광청(Department of Tourism, DOT) 공식 자료에 따르면 보라카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200만 명을 웃돌며, 이 수요가 성수기에 칼리보와 카티클란 두 공항으로 집중됩니다(출처: 필리핀 관광청(DOT)). 성수기에 현지에서 즉석으로 밴을 잡으려 하면 대기 시간이 1~2시간씩 늘어나고, 요금도 네고(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인터넷에서는 "현지 흥정이 더 싸다"는 의견도 있지만, 밤 늦게 도착하거나 혼자 이동하는 경우라면 사전 예약 픽업이 안전과 비용 양쪽에서 훨씬 유리했습니다. 저는 숙소를 예약할 때 픽업 패키지를 함께 신청했는데, 칼리보 공항 출구에서 제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기다리는 기사를 만나는 순간 그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픽업 예약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항 도착 시간과 픽업 대기 포함 여부
- 카티클란 항구 터미널 피(Terminal Fee) 포함 여부 — 터미널 피란 선착장 이용 시 별도 징수되는 부두 이용료입니다
- 보라카이 환경 보전세(Environmental Fee) 포함 여부 — 환경 보전세란 보라카이 입도 시 1인당 약 150페소를 내는 섬 보호 부담금입니다
- 숙소 앞까지 직접 데려다주는지, 선착장에서 끝나는지 여부
첫날을 이동 스트레스로만 소진하고 싶지 않다면, 예약 단계에서 위 항목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결국 시간과 비용을 모두 아끼는 길입니다.

화이트비치에서 맞은 선셋, 그 10시간의 값어치가 있었는가
호텔 문을 열고 처음 마주한 화이트비치(White Beach)의 선셋은, 솔직히 표현이 진부해질 것 같아서 말을 아끼고 싶을 만큼 장관이었다고 합니다.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표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
보라카이 화이트비치는 총 4km에 달하는 구간이 스테이션 1·2·3으로 나뉩니다. 스테이션(Station)이란 보라카이 내 화이트비치를 구역별로 구분하는 공식 명칭으로, 스테이션 1이 가장 한적하고 럭셔리하며 스테이션 3로 갈수록 서민적이고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돌아다녀 보면 일몰을 감상하기에는 인파가 적은 스테이션 1 쪽 해변이 훨씬 여유롭고 좋습니다.
보라카이는 2018년 필리핀 정부가 환경 오염을 이유로 6개월간 섬 전체를 폐쇄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후 숙박 시설 수용 한도를 관리하고 플라스틱 반입을 제한하는 등 생태관광(Ecotourism) 정책이 강화됐는데, 덕분에 현재 보라카이의 수질과 해변 상태는 폐쇄 이전보다 훨씬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세계관광기구(UNWTO)도 보라카이 재개방 사례를 지속 가능한 관광 복원의 모범 사례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출처: 세계관광기구(UNWTO)).
"이동이 이렇게 힘든데 굳이 가야 하나?"라고 묻는 분들에게 경험자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 번은 꼭 가야 한다"고 답합니다. 단, 체력 안배 없이 무작정 가면 화이트비치에 도착해서도 소파에 누워만 있게 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첫날은 이동에 온전히 투자하고 관광은 둘째 날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실제 여행 만족도를 훨씬 높여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칼리보 공항이랑 카티클란 공항 중 어디로 가는 게 좋나요?
A. 카티클란 공항(Godofredo P. Ramos Airport)을 이용하면 항구까지 도보 5분 거리라 이동이 훨씬 수월합니다. 다만 항공편이 적고 요금이 비싼 경우가 많아, 대다수의 가성비 항공권은 칼리보 공항 경유입니다.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면 카티클란 직항을, 비용을 줄이고 싶다면 칼리보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보라카이 입도할 때 환경 보전세는 얼마나 드나요?
A. 보라카이 입도 시 환경 보전세(Environmental Fee)는 1인당 약 150페소(한화 약 3,500원 내외)이며, 카티클란 선착장에서 별도로 징수합니다. 픽업 패키지에 따라 포함 여부가 다르므로 예약 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터미널 피 역시 별도로 약 100페소 가량 부과되는 경우가 있으니, 현지 도착 전 소액 현금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보라카이 스테이션 1, 2, 3 중 어디 숙소가 좋나요?
A.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스테이션 1, 쇼핑·나이트라이프·레스토랑 접근성을 원한다면 스테이션 2가 좋습니다. 스테이션 3는 서민적인 분위기로 배낭여행자들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무조건 어디가 낫다기보다는 여행 스타일에 맞춰 선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Q. 보라카이 이동 중 멀미가 걱정되는데 대처법이 있나요?
A. 방카 보트 구간이 파도 상태에 따라 꽤 흔들릴 수 있어서, 멀미에 민감한 분이라면 출발 30분 전에 멀미약을 복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밴 이동 중에도 도로 노면이 고르지 않아 속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공복 상태로 밴을 타는 것보다 간단히 뭔가 먹고 탑승하는 것이 훨씬 나았습니다.
결론
보라카이 여행에서 이동 난이도를 무시하고 갔다가 첫날을 통째로 날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결국 보라카이는 '아는 만큼 편해지는' 여행지입니다. 칼리보 공항부터 트라이시클까지 이어지는 다중 환승 루트를 미리 파악하고, 픽업 예약과 터미널 피·환경 보전세 포함 여부를 사전에 챙긴다면 첫날부터 화이트비치의 선셋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여행을 준비 중이시라면, 항공권을 먼저 잡은 뒤 숙소 예약 시 픽업 패키지를 함께 묶는 순서로 진행하시길 권합니다. 특히 어르신이나 체력이 약한 동행이 있다면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 카티클란 직항 노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