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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자면 숙박비가 0원이 된다는 말,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부관훼리를 타고 부산에서 시모노세키까지 다녀와 보니, 야간 이동 시간을 숙박으로 치환한다는 발상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왕복 운임과 숙박 이틀치가 묶여 있는 구조 덕분에, 평일 출발 기준 최저가 12만2,000원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겁니다. 직장인 연차 한 장 없이 토요일 저녁 출항해서 월요일 아침 부산에 돌아오는 일정, 저도 처음엔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비용 정산: 실제로 얼마나 드는가
부관훼리(釜關Ferry)는 1970년에 취항한 한일 간 최초의 정기 여객선 노선입니다. 여기서 화객선(貨客船)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화객선이란 화물과 여객을 동시에 운송하는 선박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배 아래층에는 컨테이너와 차량이 실리고, 그 위에 승객 객실이 얹히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순수 여객선보다 운항 비용을 분산할 수 있어 운임이 낮게 유지됩니다.
제가 이번에 실제로 결제한 금액은 1인당 187,735원이었습니다. 주말 출발에 편도 1등실 업그레이드까지 포함한 금액입니다. 평일 기준 가장 저렴한 다인실로 잡으면 왕복 12만2,000원 선까지 내려가는데, 이건 세금과 터미널 이용료를 모두 합산한 실납부액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우 SRT 왕복을 더해도 약 23만 원 수준이고, 부산 거주자라면 그대로 12만 원대에 해결됩니다.
다만 여기서 빠뜨리면 낭패를 보는 비용이 있습니다. 일본 출국 시 현금으로만 납부해야 하는 출항세 및 터미널 이용료, 유정료 합산액 약 2,720엔입니다. 카드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선내 편의점과 자판기도 현금 전용인데, 디지털 결제가 보편화된 시대에 이 부분은 솔직히 예상 밖의 불편함이었습니다. 2026년 7월 1일부터는 일본 출국세가 1,000엔에서 3,000엔으로 300% 인상될 예정이므로(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그 이후 탑승자는 총 비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금은 넉넉하게 챙기는 것이 맞습니다.
- 평일 다인실 왕복 최저가: 약 122,000원 (세금·터미널 이용료 포함)
- 서울 출발 기준 SRT 왕복 추가 시: 약 230,000원 수준
- 일본 현지 현금 출국세: 약 2,720엔 (카드 불가, 2026년 7월부터 3,000엔으로 인상 예정)
- 선내 편의점·자판기 전부 현금 전용: 엔화 별도 준비 필수
객실 비교: 1등실 vs 다인실, 무엇을 선택할까
부관훼리 객실은 크게 다인실(2등실), 1등실, 디럭스실 세 종류로 나뉩니다. 제가 직접 편도는 1등실, 귀국편은 다인실을 각각 타봤기 때문에 양쪽을 직접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 구분 | 1등실 (프라이빗) | 다인실 (2등실) |
| 구조 | 2인용 침대 2개, 전용 샤워실 및 화장실 |
약 20인 공용 대형 온돌방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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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징 | 90년대 기숙사 스타일의 레트로한 분위기, 캐리어를 펼치기에 충분한 공간 |
밤 10시 이후 소등 분위기가 형성되나
코골이 등 소음 리스크 존재 |
| 비치 물품 | 샴푸, 바디클렌저, 수건 제공 |
수건 미제공 (개인 수건 필수 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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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대상 | 프라이버시와 숙면이 중요한 여행객 (편도 약 4만 원 추가) |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성비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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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실은 2인용 침대 두 개, 전용 샤워실과 화장실, 창문, 책상, 옷장이 갖춰진 프라이빗 객실입니다. 샴푸와 바디클렌저도 비치되어 있고 수건도 제공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90년대 대학교 기숙사 느낌이 강하게 났고, 인테리어는 레트로를 넘어 다소 낡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캐리어 두 개를 펼쳐도 공간이 남고, 하룻밤을 자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1인당 편도 약 4만 원을 추가하면 이 프라이빗 공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인실은 약 20명이 한 방에서 자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다인실은 수건이 제공되지 않아 개인 수건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귀국편 다인실은 일요일 저녁 기준 꽉 찼는데, 다행히 밤 10시가 넘자 자연스럽게 소등 분위기가 형성되어 생각보다 편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소음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코골이나 뒤척임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수면 안대는 다인실 탑승자에게 사실상 필수 준비물입니다.
한 가지 더 공통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선내 전자레인지 성능이 기대 이하라는 것입니다. 도시락을 데우려 했는데 미지근한 수준에 그쳤고, 정수기 온수도 컵라면 조리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마트에서 음식을 살 때는 초밥이나 샌드위치처럼 차갑게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고쿠라 당일치기: 벚꽃과 도개교 사이에서
시모노세키(下関) 항구에 내리면 목적지로 고쿠라(小倉)를 추천합니다. 시모노세키에서 JR을 타고 두 정거장, 약 13분이면 닿는 도시인데, 후쿠오카 바로 위에 위치한 기타큐슈(北九州)의 중심가라 먹을 것도, 볼 것도 훨씬 많습니다. 시모노세키 항구 안에는 무료 짐 보관소가 있어 캐리어를 맡겨두고 몸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오후 6시까지만 보관 가능하고 귀중품은 두면 안 됩니다.
고쿠라성(小倉城)은 걸어서 16분 거리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벚꽃 시즌이었는데, 성 주변 해자와 벚꽃이 겹치는 풍경은 정말 한 장 찍을 만했습니다. 성 내부는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바깥에서 보는 것이 훨씬 좋고, 바로 옆 리버워크(Riverwalk) 쇼핑몰 5층 옥상에서 무료로 내려다보는 뷰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인형뽑기에서 가볍게 털렸던 기억도 있는데, 최근 일본 인형뽑기 난이도가 올라간 건지 쉽지가 않더라고요.
점심으로 간 하마스시(はま寿司)에서는 두 명이 4,000엔대에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회전초밥 체인이지만 현지인들도 열 접시 이상 한꺼번에 주문해서 테이블에 쫙 깔고 인증샷 찍는 문화가 재미있었습니다. 온라인 예약을 미리 잡고 가는 것을 적극 권합니다. 현장 대기 줄이 상당합니다.
요약: 시모노세키에서 두 정거장 거리의 고쿠라는 당일치기 코스로 알차며, 고쿠라성·리버워크·하마스시로 이어지는 동선이 효율적입니다.
모지코 레트로 지구: 변신하는 도개교와 지역 맥주
고쿠라에서 열차로 세 정거장, 모지코(門司港)는 20세기 초 일본 최대 무역항이었던 곳입니다. 당시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들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레트로 항구 마을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1914년에 지어진 모지코역 역사(驛舍) 건물 자체가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역사(驛舍)란 기차역 건물 그 자체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역 건물이 관광 자원이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승객들이 플랫폼에서 역과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광경이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모지코의 동선은 단순합니다. 왼쪽으로 원을 그리듯 해변을 따라 한 바퀴 돌면 주요 볼거리를 대부분 지나치게 됩니다. 이 동선의 하이라이트는 블루윙 모지(Blue Wing Moji)입니다. 블루윙 모지는 보행자 전용 도개교(跳開橋)로, 도개교란 배가 지나갈 때 다리가 위로 들어올려지는 가동교를 의미합니다. 이 다리가 날개처럼 양쪽으로 열리는 구조 때문에 블루윙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루 여섯 번 운행 스케줄에 맞춰 다리가 열리는데, 바로 옆 구 모지 세관 건물 2층에서 올려다보는 시각보다 내려다보는 각도가 훨씬 편하고 선명합니다.
모지코 레트로 지구에는 야키카레(焼きカレー)라는 향토 음식이 유명합니다. 야키카레란 카레를 도기 그릇째 오븐에 구운 뒤 치즈와 달걀을 올려서 내는 음식으로, 골목마다 전문 식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 근처 편의점에서만 파는 모지코 비어(門司港ビール)를 기념품으로 챙기는 관광객이 많습니다. 모지코 레트로 지구 양조장에서 만드는 크래프트 맥주로 4종류가 있으며, 후기에서는 바이젠(Weizen) 계열이 부드럽고 과일 향이 나서 인기가 많다는 평이 많습니다. 1캔에 550엔이었습니다(출처: 기타큐슈시 공식 사이트).
요약: 모지코는 도개교 블루윙 모지와 레트로 건축물, 야키카레와 지역 크래프트 맥주까지 반나절 코스로 채우기에 충분한 동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관훼리 멀미가 심한 편인가요?
A. 일반적으로 야간 페리라 파도가 잔잔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흔들림 정도가 다릅니다. 탑승 전 터미널 약국이나 근처 편의점에서 멀미약을 미리 복용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멀미에 예민한 분이라면 사전에 전문의와 상
담해 처방 멀미약을 챙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Q. 배 안에서 짐 무게 제한이 있나요?
A. 비행기처럼 위탁 수하물 무게를 재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본인이 들고 탈 수 있는 만큼이 사실상 제한입니다. 이 점은 짐을 많이 사오고 싶은 쇼핑 여행자에게 실질적인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액체류 반입 제한도 비행기에 비해 자유로운 편입니다.
Q. 입국 심사 때 종이 신고서를 배 안에서 써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항공편과 달리 배로 일본에 입항할 경우 입국 신고서를 종이로 직접 작성해야 합니다. 선내에 비치되어 있지만, 볼펜을 미리 챙겨 두면 당황하지 않습니다. 하선 전에 작성을 마쳐 두는 것이 줄을 서지 않고 빠르게 통과하는 방법입니다.
Q. 다인실과 1등실 중 혼자 여행이면 어느 쪽이 낫나요?
A. 제 경험상 혼자라면 다인실이 가성비 면에서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다만 소음에 예민하거나 숙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은 1인당 편도 약 4만 원을 추가해서 1등실을 잡는 편이 낫습니다. 1등실은 2인 기준 방이라 혼자 쓰면 넓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Q. 시모노세키에서 고쿠라까지 이동이 복잡한가요?
A. 전혀 복잡하지 않습니다. 시모노세키역에서 JR 산요 본선을 타고 두 정거장, 약 13분이면 고쿠라역에 도착합니다. 항구에서 시모노세키역까지는 도보 또는 연결 통로로 이동 가능하고, 무거운 캐리어는 항구 무료 짐 보관소에 맡겨두면 몸이 가벼워집니다.
결론
부관훼리는 이 시스템이 '친절하게 설계된 서비스'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현금 전용 결제, 부실한 전자레인지와 정수기, 다인실의 소음 리스크까지, 불편함을 낭만으로 승화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걸 시대착오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어느 쪽으로 받아들이느냐가 탑승 만족도를 거의 결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선이 56년을 이어온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비행기로 갈 수 없는 경험, 즉 부산 야경을 바라보며 대욕장에서 목욕하고, 잠을 자는 동안 국경이 바뀌어 있는 그 감각은 어디에서도 대체되지 않습니다. 부산·경남 거주 직장인, 짐을 많이 싸고 싶은 쇼핑 여행자,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는 여전히 강력한 선택지입니다. 현금을 충분히 준비하고, 1등실과 다인실 중 본인의 수면 예민도에 맞게 선택한다면, 비용 대비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