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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교토 청수사로 향하는 골목길에서 저는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체감했습니다. 만원 지하철처럼 밀려가야 하는 관광 명소, 한 시간 줄을 서야 겨우 탈 수 있는 시내버스. 엔저 덕분에 지갑은 가벼웠지만, 현지 주민들의 시선에서 묻어나는 피로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지금 꺼내든 이중가격제는 그 피로감의 공식적인 응답입니다.
오버투어리즘이 만들어낸 이중가격제,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하다
2023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급격히 늘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4,27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관광 소비액도 9조 5,000억 엔, 우리 돈으로 약 88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경신했습니다(출처: 일본관광청(JNTO)). 숫자만 보면 일본 관광 산업은 전성기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는 개념이 바로 여기서 등장합니다. 여기서 오버투어리즘이란 특정 관광지에 방문객이 수용 한계를 초과해 몰리면서, 현지 주민의 일상생활과 자연·도시 환경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통계 속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교토 시내버스 안에서 거대한 캐리어에 둘러싸여 꼼짝 못 하고 서 있던 경험, 청수사 오르막길을 마치 흐르는 물처럼 밀려 올라가던 그 기억이 오버투어리즘의 실체였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정책이 바로 이중가격제(Dual Pricing)입니다. 이중가격제란 같은 서비스나 시설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서로 다른 요금을 부과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교토에서는 이달부터 1박에 10만 원이 넘는 고급 호텔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에게 최대 1만 엔, 약 9만 3,000원을 숙박세 명목으로 추가 징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숙박세 상한이 1,000엔 수준이었으니, 사실상 한 번에 열 배를 올린 겁니다.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성 입장료도 1,000엔에서 2,500엔으로 두 배 넘게 인상됐고, 도쿄 국립미술관과 국립박물관도 이중가격제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중교통입니다. 교토 시내버스는 관광객에게 기존 요금의 두 배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명소 입장료나 숙박세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데, 주민들과 함께 쓰는 일상적인 시내버스에서 요금을 이원화한다는 건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닙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2025년 1월부터 EU 비회원국 관광객에게 45% 높은 입장료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2년 전부터 비숙박 관광객 전원에게 도시 입장료를 별도로 받고 있습니다(출처: Visit Venezia 공식 사이트). 이집트 피라미드, 인도 타지마할도 오래전부터 이 구조를 운용 중입니다. 다만, 일상 대중교통까지 이원화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의 이번 정책은 분명 특이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 교토 고급 호텔 숙박세: 기존 최대 1,000엔 → 최대 10,000엔 (10배 인상)
- 히메지성 입장료: 1,000엔 → 2,500엔 (2.5배 인상)
- 교토 시내버스: 관광객 요금 2배 적용 추진 중 (이르면 내년 시행)
- 도쿄 국립미술관·박물관: 이중가격제 도입 검토 단계
- 후지요시다 지역 축제: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폐지 선언

숙박세와 환대 문화, 오모테나시는 흔들리지 않을까
일본 정부가 이중가격제를 밀어붙이는 이면에는 단순한 관광객 규제 이상의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핵심은 관광의 질적 구조 전환입니다. WTP(Willingness To Pay), 즉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최대 금액을 높이고, 그만큼 지출할 의향이 있는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선별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방향성입니다. 여기서 WTP란 소비자가 특정 서비스나 경험에 대해 자발적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치를 뜻하는 경제학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일본은 "많이 오는 관광지"보다 "제대로 쓰는 관광지"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이 논리 자체는 경제적 관점에서 상당히 합리적입니다. 관광객 수가 10% 줄어도 1인당 소비가 20% 늘면 전체 관광 수입은 오히려 증가하니까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교토에서 마주친 관광객들 중 상당수는 저처럼 가성비 여행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이 줄어든다고 해서 럭셔리 소비층이 자동으로 그 자리를 채워주지는 않을 겁니다. 수요 교체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오모테나시(Omotenashi) 브랜드와의 충돌입니다. 오모테나시란 일본 특유의 환대 문화로, 상대방에게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마음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 관광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가 바로 이 정찰제와 친절한 서비스라는 브랜드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버스를 타면서 내국인보다 두 배를 내야 한다면, 그 경험 자체가 "저는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라는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오모테나시 이미지가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균형점을 어디에 설정할지가 일본 관광 당국의 진짜 숙제입니다.
후지요시다 사례는 이 상황의 가장 극단적인 지점을 보여줍니다. 인구 5만 명의 이 작은 도시는 후지산 설경과 오층탑 벚꽃이 겹치는 SNS 명소가 되면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방문객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화장실도, 쓰레기통도, 주차장도 부족한 상태에서 수천 명이 매일 몰리자 결국 시장이 직접 지역 축제 폐지를 선언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관광객을 향한 분노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다만,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비용을 징수하는 것과 단순히 차별적으로 더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환경 유지 기여금, 문화재 보호 분담금처럼 목적이 투명하게 설명되는 구조라면 관광객 입장에서도 수긍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그 방향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오모테나시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도,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본 교토 숙박세 얼마나 올랐나요?
A. 2025년부터 1박 요금이 10만 원을 넘는 고급 호텔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에게 최대 1만 엔(약 9만 3,000원)의 숙박세를 추가 부과합니다. 기존 상한이 1,000엔이었으니 사실상 10배 인상된 셈입니다. 중저가 숙박 시설은 상대적으로 인상 폭이 작지만, 숙박 등급에 따라 단계별로 적용됩니다.
Q. 이중가격제 때문에 일본 여행 비용이 많이 오르나요?
A. 현재 단계에서는 고급 숙박과 일부 문화재 입장료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어, 배낭여행이나 중저가 여행 패턴이라면 체감 인상폭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교토 시내버스 이중요금제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여행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생깁니다. 앞으로 정책이 확대될 가능성을 감안해 여행 예산을 여유 있게 잡는 것이 현명합니다.
Q. 오버투어리즘이 심한 일본 여행지가 어디어디인가요?
A. 교토(청수사·아라시야마 일대), 도쿄 시내 주요 역 주변, 후지요시다(후지산 뷰 포인트), 히메지성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특히 교토는 현지 주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시내버스와 골목길까지 관광객으로 포화 상태가 됐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보다 오버투어리즘의 피해가 일상 깊이 침투해 있습니다.
Q. 다른 나라도 관광객한테 이중가격제 적용하나요?
A. 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입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2025년 1월부터 EU 비회원국 관광객에게 45% 높은 입장료를 받고 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비숙박 방문객 전원에게 도시 입장료를 별도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피라미드와 인도 타지마할도 내·외국인 이중요금 구조를 오래전부터 운용해 왔습니다. 다만 일상적인 대중교통까지 이원화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편입니다.
결론
교토 버스 정류장에서 한 시간 줄을 서던 그날을 돌이켜 보면, 이중가격제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예고된 결과였습니다. 주민들의 삶이 관광객의 이동 경로가 돼버린 현실, 지역 축제마저 포기해야 했던 후지요시다의 선택. 이 정책의 배경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정책의 성패는 '얼마를 더 받느냐'가 아니라 '왜 받는지를 얼마나 납득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투명한 목적과 합리적인 기준 없이 차별 요금만 앞세운다면, 오모테나시라는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는 생각보다 빨리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지금부터 숙박세와 주요 입장료 변동 사항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