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주도심에만 공식 등록된 사원과 불탑이 2,700개를 넘습니다. 처음 이 숫자를 접하면 다소 과장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그마티 강변에 앉아 화장터의 불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 숫자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죽음을 낯설고 무서운 것으로만 여겨온 사람이라면, 카트만두는 그 전제 자체를 조용히 뒤흔들어 놓는 도시입니다.화장 의식, 처음엔 거부감부터 옵니다. 바그마티 강변의 파슈파티나트 사원(Pashupatinath Temple)은 힌두교 4대 성지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파슈파티나트란 '모든 생명의 주인'을 뜻하는 시바 신의 이름으로, 힌두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걸 최고의 복으로 여기는 이유가 바로 이 이름 안에 담겨 있습니다(출처: ..
'리브어보드'라는 여행 방식은 흔히 배 위에서 자는 고급 패키지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코모도 제도 리브어보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과거 스쿠버 다이빙 여행에서 느꼈던 그 감각이 고스란히 되살아납니다. 여러 번 환승을 거쳐야 닿을 수 있는 곳, 그 불편함 안에 진짜 여행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느린여행이라는 말, 실제로 어떤 의미인가 일반적으로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이라고 하면 그저 일정을 느슨하게 짜는 것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슬로우 트래블이란 단순히 느리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장소에 머물며 그 지역의 자연·문화·사람과 깊이 연결되는 여행 철학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일정이 느슨하다고 해서 저절로 느린여행이 되지는 않습니다...
정상에서 얻는 가장 큰 수확이 멋진 사진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합니다. 해발 2,351m의 포르투갈 최고봉 피쿠산을 오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꺼내는 단어는 '풍경'이 아닌 '버텼다'는 감각입니다. 얼마 전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피쿠산 등반 영상을 보게 됐는데 꽤 인상 깊은 질문을 하나 남겼습니다 . 산이 사람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대체 뭘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 피쿠산(Mount Pico) 등반 핵심 정보 위치: 포르투갈 아소르스(Azores) 제도 피쿠섬 (해발 2,351m)소요 시간: 왕복 7~8시간 내외, 가파른 화산재 자갈길로 등산화 필수입산 예약: 하루 입산 인원 제한이 있어 방문 전 공식 방문자 센터 사전 등록 필수준비물: 정상 강..
'개발'과 '보존'은 반드시 싸워야만 하는 걸까요. 여러 여행 영상과 자료를 찾아보다가, 수백 년 된 돌길과 통유리 빌딩이 나란히 선 도시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이야기를 접하고서야 그 감각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리야드의 마천루와 알울라의 붉은 황야는 그 질문에 말 대신 풍경으로 답합니다.리야드: 사막 위에 세운 시간 가속기 리야드를 두고 누군가는 "그냥 돈 많은 나라의 과시용 도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이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302미터 높이의 왕국 중심 대첨탑(Kingdom Centre Tower) 꼭대기에 설치된 '스카이 브리지'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닙니..
해발 5,000m가 넘는 고개를 수십 개 넘으며 4,000km를 달리는 여정, 아리대환선(阿里大环线)입니다. 영상으로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바람 소리와 황무지의 고요함이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이에게까지 숨 막히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고산반응,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아리대환선을 꿈꾸는 분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몸이 건강하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실제 영상 속 장면은 달랐습니다. 해발 5,177m 지점에서 촬영자의 호흡이 눈에 띄게 거칠어지고, 차량 안에서조차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고산반응(Altitude Sickness), 정식 명칭으로는 급성고산병(AMS, Acute Mountai..
52km가 넘는 거리, 그리고 해발 5,600m를 넘나드는 고도. 티베트 카일라스 산(冈仁波齐) 순례길을 다룬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걸 정말 걸어서 완주한다고?" 하지만 영상을 끝까지 지켜본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정작 시선을 붙잡은 건 거리나 고도 같은 숫자가 아니라,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었습니다.순례 배경 — 세계의 중심축이라 불리는 이유 카일라스산은 티베트 불교뿐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 뵌교까지 총 네 개의 종교에서 동시에 신성한 산으로 떠받드는 곳입니다. 이런 산을 '축의 산(Axis Mundi)'이라 부르는데,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우주의 수직축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의 봉우리를 여러 종교가 함께 성지로 인정하는 경우는 지구상에 거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집'이라는 표현은 자칫 클릭베이트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아이슬란드 에들리다에이 섬(Elliðaey Island)에 관한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대서양 한복판,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그 섬은 단순한 절경이 아니라 4대째 이어온 조르(Johr) 가족의 생존 방식과 가족 연대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었습니다.문명이 없는 곳에서의 생존 방식 — 바이킹 후예의 오래된 지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섬에 수도도, 전기도 없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생활이 가능한지, 처음엔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 섬의 생존 기반은 철저히 자연 순환에 기대고 있습니다.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상을 보기 전까지 저도 "거기가 뭐가 있다고"라는 생각을 반쯤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주 인구 40만 명, 그 절반이 수도 레이캬비크에 몰려 사는 나라. 그런데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나니, 이 나라는 제가 알던 여행의 문법으로는 읽히지 않았습니다. 고래를 만나고, 오로라를 만나고, 흑사장 위에 홀로 서 있는 그 장면들이 화면 밖에서 보는데도 선명하게 남았습니다.고래관찰: "10분이면 된다"는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래 관찰은 운이 많이 따라야 하고, 몇 시간씩 바다를 헤매야 한다고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항한 지 불과 10분 만에, 좌현 쪽 바다에서 혹등고래 (Humpback Whale)가 등을 드러냈습니다. 혹등고래란 몸길이 최대 16미터에 달하는 대형 수염고..
스위스 알프스만 알고 있었다면, 솔직히 절반만 본 겁니다. 이탈리아 북부에 자리한 돌로미티(Dolomiti)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또 다른 알프스의 심장인데, 영상을 보고 나니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강렬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이해됐습니다. 세체다의 백운암 암벽, 알페 디 시우시의 고산 초원, 폭우 뒤 푸네스 밸리에서 마주한 엔로사디라(Enrosadira)까지 — 65유로짜리 패스 하나로 다녀온 여행 영상을 보고 정리한 기록입니다.스위스보다 덜 알려졌지만, 왜 여기가 더 강렬했나 여행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열에 아홉은 "알프스라면 융프라우지요"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알프스 하면 스위스가 먼저 떠오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건 단순히 마케팅의 차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돌로미..
유럽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냥 유명한 도시 말고, 진짜 특별한 데 없을까?' 그 물음 끝에 마주한 영상이 스위스 알프스 기슭의 작은 마을, 체르마트였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는 장면에서 엔진 소음이 완전히 사라진 공기가 화면 너머로도 느껴졌을 때,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직감했습니다.체르마트의 친환경 정책, 불편함이 만든 완벽한 고요 체르마트는 스위스 발레주(Canton Valais)에 위치한 해발 1,620m의 산악 마을입니다. 이 마을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단 하나, 내연기관(ICE, Internal Combustion Engine) 차량의 전면 진입 금지입니다. 여기서 내연기관이란 가솔린이나 경유를 연소해 동력을 얻는 일반 자동차를 의미하는데, 체르마트는 수십 ..